영적독서

 

세마 성당 2021. 9월 영적 도서: 성서와 인간 –2 「광야에 선 인간 」

관리자 0 465 2021.11.30 21:45

세마 성당 2021. 9월 영적 도서: 성서와 인간 –2 「광야에 선 인간 」


세마 성당 2021. 9월 영적 도서: 성서와 인간 2 광야에 선 인간 

지은이 송봉모

예수회 신부로마 교황청립 성서대학원에서 교수 자격증을 받고, The Catholic University of America에서 신약주석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지금은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신약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에 성서와 인간 시리즈성서 인물 시리즈요한복음산책 시리즈예수 시리즈와 미움이 그친 바로 그 순간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을 위한The Lord Calls My Name, Wounds and Forgiveness등이 있다.

 

 

 

나눔의 글

 

2019년도에 너무나 갑작스레 시작된 끝이 없는 안개 속 긴 터널을 걷고 있는 전 세계 인류는 지금 코로나 19’라는 낯선 광야에 서 있습니다광야에 선 인간에서 저자는 광야는 자신의 바닥을 대면하는 빈 들이며광야는 우리 마음 바닥 깊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우리 삶에서 황폐함외로움목마름 등을 형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보는 자리라고 합니다광야에 선 인간을 요약해서 나눔의 글에 올립니다.

 

 

 머리말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탐욕도 벗어 놓고 성냄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물같이 바람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삶의 무게가 우리를 짓누르는데 어떻게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갈 수 있단 말인가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를 읽으면서 마음 안에 어떤 신선한 느낌이 지나갔다면 그것은 영혼의 감동일 것이다우리가 이 시가 말하는 것처럼 살 수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우리 마음 안에 신선한 바람이 지나갔다면그것은 존재 자체가 느끼는 생기일 것이다.

 

존재가 느끼는 생기영혼의 감동은 우리가 참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우리가 정말로 원하는 것은 어디에도 걸림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것이다이 자유는 예수께서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주고 싶어한 선물이다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자유로운 인간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먼저 광야에 선 인간이 되어야 한다우리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그 무엇이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우리가 자유로운 인간이 되려면 먼저 우리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아야 한다그것을 볼 수 있게 하는 곳이 바로 광야이다.

 

광야는 우리의 생을 지탱해 줄 기본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다낮에는 태양이 이글거려도 그 열기를 피할 나무 한 그루 없다목을 축일 수 있는 시냇물도 없다밤이 되면 기온이 급강하하여 살을 에는 듯 춥다광야에는 이렇게 생의 기본 조건들이 철저히 결여되어 있기에 황량하고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광야를 생각할 때 왜 쓸쓸하고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광야에서 보이는 것이라곤 버려진 벌판불모의 땅황무지뿐이요들려오는 것은 한 번도 정지停止한 적이 없는 영원히 불어오는 바람소리뿐이다.

 

광야를 생각할 때 왜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느끼는가광야는 살아가기가 불가능한 곳이기에 그렇다광야란 말 앞에서 어떤 느낌을 갖든 하나같이 부정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그곳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제 내 안에 있는 광야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하자다음 물음들이 내 안의 광야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내 안에 있는 황폐함은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부족함은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외로움은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고통은 무엇인가?

내 안에 있는 목마름은 무엇인가?

나를 초라하게 하고 지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는 다 영혼의 메마름을 느끼고 있다우리 안에는 영혼의 광야가 있다우리 모두는 피조물로서 유한한 생명과 한계성을 지니고 살아야 하는 실존적 광야를 갖고 있다.

 

각 사람 안에 있는 광야의 모습은 제각기 다르다중요한 것은 나의 광야가 무엇인지 깊이 보고 깨닫는 것이다내 안에서 그리고 내가 속한 가정과 공동체 안에서 참 자유와 해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나의 광야가 무엇인지를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광야는 자신의 바닥을 대면하는 빈 들이다광야는 우리 마음 바닥 깊이 자리하고 있으면서 우리 삶에 황폐함 · 외로움 · 목마름 등을 형성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보는 자리이다자신의 바닥을 대면하기 위해서는 먼저 해야 할 일은 벌거벗는 일이다꾸밈없이 적나라한 모습이 되어서 자기 자신의 광야를 바라볼 때 그리고 광야를 형성하는 정체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인정할 때 비로소 우리는 참 자신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안에 광야를 형성하는 그 무엇을 하느님 자비 앞에 바칠 수 있게 되고 그분께 구원과 해방의 은혜를 청할 수 있게 된다그러므로 광야에 서 있는 시간빈 들에 서 있는 시간은 조명의 시간이요반성의 시간이요하느님을 향한 탄원의 시간이다.

 

우리가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보다 앞서 자유와 해방을 맞이하기 위해 광야에 섰던 야곱의 후손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야곱의 후손들은 수백 년간 노예 살이를 하다가 모세의 영도로 이집트 땅에서 탈출한 이들이다그들은 자유의 땅 가나안을 향해 가는 도중 광야를 거치게 된다광야는 그들이 택한 길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에 의한 것이었다그러므로 광야는 야곱의 후손들이 약속의 땅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길목이 되었다.

 

하느님은 불과 3일이면 약속의 땅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데도 왜 굳이 돌아서 가야만 하는 광야길로 인도하셨을까?

 

1

광야의 존재 목적

 

광야는 과정(process)

 

이집트를 탈출한 야곱의 후손들이 광야길을 걷게 된 것은 하느님 계획에 의한 것이다하느님 친히 노예살이를 하던 땅인 이집트에서 자유의 땅인 가나안으로 건너가는 중간에 광야길을 거치도록 마련하신 것이다그렇다면 광야는 과정이 된다자유의 땅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중간 과정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공간적  시간적 차원의 중간을 뜻하지 않는다그것은 존재 자체가 변화를 겪는 거듭남의 과정이다수백 년간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하다가 탈출한 야곱의 후손들이 즉시 하느님 백성이스라엘이 되는 것은 아니다자리가 바뀌었다고또는 시간이 경과했다고 하느님 백성이 되는 것은 아니다외적인 상황이 바뀌었다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야곱의 후손들이 이스라엘이 되기 위해서는 존재 자체가 거듭나는 자기 정화와 자기 정립의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이것이 광야가 근본적으로 갖는 적극적 의미이다.

 

도대체 광야에서 야곱의 후손들이 어떤 일들을 체험하였길래 광야는 존재 자체가 거듭나는 자리가 되는가야곱의 후손들은 광야에서 그들에게 익숙했던 관습과 안주했던 세계를 버려야만 했다수백 년간 이집트 문화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이 즉시 약속의 땅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그들이 하느님의 백성이스라엘이 되기 위해서는 몸에 묻어 있는 이집트의 잔재들을 털어버려야 했다.

 

3000년 전 이집트는 오늘날 미국이나 일본 이상의 강대국이었다세계 최고의 문명을 드날리던 나라였다이러한 나라에서 수백 년간 노예살이를 한 야곱의 후손들이 하루아침에 세속적 가치가 아닌 하느님의 가치를 받아들여 살 수는 없다하느님의 새로운 가치를 배우기 위해서 그들은 이집트라는 옛 가치를 버려야만 했다그러므로 광야는 과거 삶의 양식을 버리고과거의 인생관을 버리고 새로운 세계의 양식과 인생관을 갖기 위한 과정이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과거의 인습과 과거의 자아를 버려야 한다그리스도교 신비가인 에카르트는 하느님께 도달하는 과정은 영혼에 무엇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묻은 그 무엇을 덜어내는 것이다라고 했다.

 

자유인이 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우리 영혼에 묻어 있는 인욕의 때를 벗어버리는 것이다이런 점에서 광야는 자기가 부서지는 자리다새로운 가치관을 위해서 지난날의 가치관을 버리고 부서지는 시기이다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존재 자체의 변화를 겪고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고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 세상의 가치관을 지니고 살아온 우리가 광야에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자신의 과거를 버리라는 요구를 받는다면 우리는 크게 반항할 것이다그러나 광야에서 자신의 모습을 정직하게 대면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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