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이라고 하죠”

관리자 0 592 2021.04.18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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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 농업중앙회 서울 소재 축산기획부와 자매결연을 하여, 해마다 농번기에 서울에서 직원들이 일손을 돕기 위해 온다. 올해는 7명이 왔는데 네 명은 마늘밭 풀을 뽑았고, 세 명은 표고버섯 재배사에서 지난해 사용한 배지를 처리하는 작업을 했다.

차장을 제외하고는 대개 젊은 남녀. 자식 같기도 하고 또 제자 같은 생각이 들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에 신경을 쓴다.

“(들판에 있는 마늘밭에는 화장실이 없어 내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여자들이 화장실을 가고 싶으면 연락해요. 내가 차로 화장실에 데려다줄 테니까.”

11시가 되었을 무렵 일원들을 버섯 재배사 하우스로 모두 모이게 했다.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한 잔씩 따라주며) 시골 사람들은 일찍 들에 나가 일을 하니까 열 시 정도가 되면 땀을 흘려 목도 마르고 배도 출출해져요. 그래서 이맘때 요기를 하려고 막걸리와 간단한 음식을 먹어요. 새참이라고 하죠. 12시에 점심을 예약해놨으니 11:50분에 철수해서 식당으로 갈 겁니다.”

 

11:50분에 내가 차를 선도해 두 팀의 차량으로 식당으로 갔다. 

점심은 오리백숙. 백숙이 나오자 내 옆에 있는 차장이 다리를 내 앞접시에 놓았다. 대접받아야 하는 사람은 일손을 돕기 위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는 가위로 네 조각으로 나눠 옆에 있는 사람과 나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업무에 지친 사람들이 조직에서 하는 일이니, 시골에 와서 일손도 도와야 하고...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가치는 ‘나보다 상대(약한)의 입장을 헤아려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마을을 위해 힘든 일을 하러 왔잖아요. 그래서 나는 오늘 내 일을 다 포기하고 여러분들과 동행하고 있어요. 

 

점심을 먹고 잠시 식당 밖으로 나왔는데 차장이 마을에 필요한 물품을 물어봤다. “(농협 하나로 마트를 가리키며) 저기 삽하고 호미를 팔아요. 삽과 호미는 모든 농가의 필수품이거든요.“ ‘몇 자루씩 사면 될까요?” “농사를 짓는 농가가 대략 40가구는 되니. 삽 40자루와 호미 80개 정도면 되겠네요. 그리고 혹 일손 돕기를 또 나올 계획이 있으면 6월 중순에 감자 캘 때 오세요. 우릴 마을에서 감자를 공동으로 경작하고 있거든요. 일 마치고 갈 때 감자 한 상자씩 드릴게요. 또 보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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