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성남지부

인류에게 내일이 있는가?

관리자 0 1,136 2018.08.03 07:54
인류에게 내일이 있는가?   성남동 성당 문병학신부

“인류에게 내일이 있는가? 우리의 자식들에게 과연 안정된 삶의 터전을 물려 줄 수 있는가? 분명한 것은 지금 이대로 간다면, 지금 즉시 궤도 수정을 하지 않는다면 파국은 자명한 것이고 이 파멸의 길에 아무도 예외는 없다는 점이다. (90. 1 모스크바 환경 포럼)
이러한 물음과 답은 인류와 전체 생명체가 생존과 파멸의 교차점에 서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인류 공동체가 낳은 산업사회, 문명세계의 병리적 현상을 진단하고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근본적인 변혁 없이는 인류의 미래를 포기해야 함을 선언하는 것이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도 90년 세계 평화의 날 담화문에서 “생태계의 위기와 환경 문제에 대한 신앙인들의 관심과 투신은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에서 우러나온다.”(15. 16항)고 밝혔고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하느님 중심의 세계관과 창조질서의 보존에서 출발하여 가난한 생활에로의 생활양식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천명하셨다.
이 역시 현대 교회의 중대한 사명이 죽음과 죽임의 현대문명을 생명과 살림으로 바꿔내는 즉 모든 것을 살리고 (생명) 함께 사는 (공동체) 세상을 이룩하는데 있고 이를 위해 우리 자신의 가치관과 삶의 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혁시켜야 함을 요구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 역시 전 인류, 전 생태계, 전 지구 차원의 생존위기 의식 속에 생명 공동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며 생명세상인 하느님 나라를 이루어야함을 세상에 선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이 땅에 하느님 나라- 하늘과 새 땅은 도래할 것인가?
이기와 탐욕으로 갈라진 하느님과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가 한 생명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새 세상이 되게 할 것인가?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대량생산, 대량소비, 더 많이 더 빨리, 더 편하게 살자는 속도와 편리 중심의 산업 문명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내지 않으면 계층과 계급, 체제와 이데올로기 더 나아가 종교까지 떠나 모두가 끝장 날 수밖에 없다는 인류 전체의 죽음의 위기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평범한 고집쟁이 농사꾼이라 일컫는 이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덜 먹고, 덜 입고, 덜 갖고, 덜 쓰고, 덜 놀고 이러면 삶이 훨씬 더 단순화될 터인데요. 쓰레기도 덜 생기고, 공해니 뭐니 하는 문제도 상당히 해결될 텐데... 풍요가 덮어놓고 좋은 것만 같지는 않아요.”
이 땅에 하느님 나라-새 하늘과 새 땅을 이루기 위한 생명 공동체 운동에 가난, 순명, 정결의 복음삼덕 즉 수도자적 서원의 가치관을 해석해 보면 어떨까?
가난-가난한 삶은 단순한 삶을 말하기도 한다. 빈궁이 아닌 의미 있고 품위 있는 가난, 에너지를 아끼고 난방을 줄이고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고 승강기 대신 계단을 이용하며 모든 환경보호 생활 실천 운동을 구체화하는 것이다.
순명-“생태학적으로 옳은 것만이 경제적으로도 바른 것이다”라는 인식으로 자연에 순응하고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신토불이 즉 몸과 흙은 둘이 아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다. 흙에서 나 흙에서 난 것을 먹다가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 자연에 무릎 꿇을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인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을 죽이는, 생태학적으로 옳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분명 창조를 거스르는 죄일 것이다.
정결-생명에 대한 지극한 연민, 사랑이다. 생명은 얼마나 풍요롭고 활기차고 아름다운가? 생명의 고귀함을 올바로 인식하고 뜨거운 마음으로 포옹하는 것이다. 꿀벌이 일하도록 꽃에 농약을 치지 않는 것, 논둑에, 과수원에 제초제를 쳐서 누렇게 눅이지 않는 것, 곤충이 먹이를 찾도록 땅을 살리는 일이다.
그러므로 개인적인 죄들에 대해서라면 마음 놓고 덜 야단을 치고, 그 대신 창조를 거스르는 죄들을 탄핵하여 소비의 절제, 대안적 생활양식을 필수적인 덕행으로 권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살 때 세상은 변화되기 시작하는 것이며 인류에겐 아직도 내일이 있다는 희망의 복음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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